엊그제에는 교구 사제들을 위한 온라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호세 대주교님과 보좌 주교님들, 그리고 300여 명의 신부님이 함께했으며, 심리학자인 스테판 케플러 (Fr. Stephan Kappler) 신부님이 강의해 주셨습니다. 주제는 ‘정신 건강을 위한 열쇠로서의 신앙’이었는 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저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과 자기 자신을 달래는 일에 대한 구별이었습니다.
자기를 달래는 일(self-soothing)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깐 잊게 해 주는 것들인데, 와인 마시기, 인터넷 검색, 드라마 시청, 온라인 쇼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는 해 주지만 완전히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스스로를 볼보는 일(self-care)은 정신 건강과 정서적 행복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행동 또는 습관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다소 힘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금연이나 운동이 그렇고 다이어트고 그렇습니다. 스페판 신부님은 매일의 기도와 감사일기를 예로 들었는데, 여러분들도 기도를 매일 바치고, 감사 일기도 쓰면서 스스로를 돌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순시기는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시기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이야기에서 작은아들은 아버지의 집을 떠난 후, 이내 모든 것을 탕진하였고, 이후에는 남의 돼지를 치면서,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으면서 지냅니다. 그러다 문득 제 정신이 들게 되고, 드디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등지고 떠나갔던 작은 아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날의,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여기가 냄새나는 돼지우리 인지도 모른 채, 서로서로 오물을 묻히고 튀겨가며, 날마다 속고 속이고, 끝도 없이 빼앗고 빼앗기며 살아갑니다.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 28) 작은 아들처럼 우리도 정신을 차려서 한편으로는 자기 연민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보듬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self-care), 상처를 도려내고 잘 아물게 치료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아버지에게 돌아와, 아버지와 화해 하고, 아버지 품 안에서, 아버지에게 맡겨 드려야 할 것입니다.
사순절에는 술이나 담배를 끊기도 하고, 간식을 끊기도 하고, 취미나 오락을 줄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며, 우리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지만, 이 자체로도 우리 자신의 훌륭한 고백이고 이웃을 향한 훌륭한 선포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사랑보다 더 클 수가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로마 8, 35) 그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보다 클 수가 없고, 중요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사순절은 우리의 죽음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죽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죽지도 않고 썩지도 않습니다. 사순절은 이 완전한 사랑이야말로 우리에게 있어서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더는 지체 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품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교회가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을 지내는 이유는 세례 성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성당에서는 어제 4명의 예비자가 선발예식을 하였고, 모두 부활 성야때 세례를 받게 됩니다. 베드로 1 서의 말씀대로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 사순절은 예비자들에게 있어서 깨끗한 양심으로 세례를 준비하는 최종 단계입니다. 교회는 사순시기를 통해 새 영세자를 환영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갑니다. 우리는 과연 예비자들을 주님께 인도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가? 우리의 말과 행동에 있어서 예비자들의 본보기가 될 만한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가? 그렇게 사순시기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또다시 회개하고 또다시 하느님께 돌아오는 시기입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회개를 통해 준비를 마치게 되면, 우리는 부활 미사 때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쁨과 감격 속에 갱신하게 됩니다.
회개야말로 자기를 위로하고, 자기를 돌보는 으뜸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른 때 보다 조금 더 열심히 기도하고, 조금 더 단식하고, 조금은 더 많이 자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선한 지향이 예수님께 견고히 연결되고, 우리의 착한 행실이 어려운 이웃에게 다다를 수 있도록, 크신 은총을 청하며 기도드립시다.